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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인의 고질병: 후광효과에 관하여 (2)

고등학교 때, 입만 열면 자기 '가족' 자랑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얼핏, 자기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자랑하다니 가족 사람이 지대한 착한 아이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족이 아무튼 직계가족 뿐 아니라, 삼촌이 디자인 하시는데 참여하셨다는 건물이며, 남동생의 친구 잘 생긴 것에 이르기 까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들의 소소함과 그 빈도가 상당한 것이, 아직 덜 여문 나의 의식에는 신기한 일이었고, 틀림없이 본인 자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듣기가 싫은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좀 혼란 스럽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국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는, (아마도 선생도 사람이다보니 본인이 주변사람과 뭔가 수틀리는 일이 있어서 그랬지 싶은데) 괜히 자기 주변 사람 자랑 해대는 사람은 자기 자랑하는 사람보다 더 시시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어려서부터 무조건 교사라고 해서 존경심을 품기가 어려웠던 천생반골 내가 그 양반 말씀이 곧 진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아이들이 일제히 눈에 띄게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쳐다보던 것이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아,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구나 싶으면서도 내가 다 민망했었던 기억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이후로 그 아이의 그런 습관이 바뀌지는 않았다. -  - ;;

...

나중에 자라서야 딱히 가족이 아니라도 주변의 빛을 얻어 본인이 빛나고자 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런 사람들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른바 Halo effect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The halo effect is a cognitive bias in which an observer's overall impression of a person, company, brand, or product influences the observer's feelings and thoughts about that 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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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 어르신들, 정신 좀 차리십시오!

일부 몰지각한 어머니 아버지 여러분, 
나라가 걱정된다고 하셨지요. 저도 나라가 걱정됩니다.  빨갱이가 될까봐 무서워서 잠이 안온다 하셨지요. 저는 독재가,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무섭습니다. 지금 생존하신 분들이면 아직 어린 시절에, 고작 몇년 동안 빨갱이 치하에서 죽을 맛이어 본 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저는, 수십년을 독재치하에서 인간답지 못하게, 독대치하인줄도 모르고 살아 온 한국 사람들이 안타까와서 그럽니다.  
저는 대학에 가서 광주사태의 희생자사진을 처음 보았습니다. 제대로 된 기록이 아니어서 좋지 않은 질의 눈 뜬 죽음들의 시체는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 군사 독재 정권에 속아 광주사태가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같은 과의 광주에서 온 친구가 집앞에 시체가 굴러다녔다는 증언이 없었으면 그래도 국가를 믿어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독재치하를 벗어나보려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한열, 박종철이 목숨을 잃고,  광주항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빨갱이가 무섭고 나빠서 나라걱정에 잠 못 이룬다는 지금의 그 태극기부대 어르신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들이 뭘 아냐고 하시는 어르신들, 유관순이 윤봉길이 몇살이었는지 아실 꺼 아닙니까.  그렇게 무서운 빨갱이를 무찌르려고 베트남 참전을 하셨습니까? 6.25에 무서워 떠는 것 말고 무슨 다른 행동을 하셔서 이날까지 목숨들을 부지하고 계신겁니까. 도대체 빨갱이를 몰아내기 위해 무엇을 하셨다고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 하는 젊은이들의 믿음을 무슨 권리로 우습게 여기십니까.  회한이라 하시겠습니까. 그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걸려서 그런다고 하시겠습니까. 후회하는 것이 그러면 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한 번 실수한 적이 있는 사람이 왜 지금도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왜 돌이켜 생각해보지 않으십니까.
군사독재가 끝난지 오래고, 아버지와 딸은 다르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런 분들이 말장난처럼 지난 정권과 친분만으로 사람들을 엮…

떠돌이라는 것

여수에 다녀오는 데로 3일을 쉬면서 정보과학도서관이나 설렁설렁 드나들다가 좀이 쑤셔서, 가 아니라 너무 편하고 좋아서 이래서는 내일인 16일날 반모임도 꾀가 나겠다 싶어 이것저것 던져넣은 가방을 다시 을러매고 이런저런 소정의 목적을 정해가지고 다시 집을 나선 날이었다.

전철을 탈 수도 있지만, 일단 달리 걸을 일도 있을 것같고 해서 아무래도 전철보다는 창밖에 볼 것이 있는 버스를 타고 이촌 국립박물관에서 내려 먼저 궁금했던 건물만 근사한,이라고 말하지만 생각해보니 옛교과서나 이런저런 오랜기록등의 그 구태의연하고 가부장적이며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함이 나름 황당재미있는 것도 더러 있었던, 한글박물관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나와 석탑 등과 보신각 종의 야외 상설전시가 있는 용산가족공원방향에서 청소년고양이 하나를 만났다.

뭐가 불안해선지 늘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한가득 뭔가 일용할 물품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의 홈레스를 방불케하는 가방에도 어째서인지 녀석에게 조공을 바칠 먹거리 그 '무엇 한토막'이 들어있지를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망연자실 했다. 최근에는 고구마를 좋아하는 고양이 동영상을 본 적도 있지만 고양이들이 오이를 보면 화들짝 발광을 하는 동영상도 일전에 많이 보았던지라 혹시나 싶은 귤은 내밀어보기도 무서웠고 그밖에는 껌과 초컬릿 뿐이었다. 엄마가 야쿠르트 아줌마 곁을 그냥 못 지나치고 한번씩 사오시는 야쿠르트라도 한 병 챙겨 올 것을 생각하지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와 일치한다면 그런 짓을 했을리는 어떻든 만무하다. 그나마 20여년전 동네 길고양이에게 초코파이를 내밀었던 시절에 비해, 이제는 고양이가 육식동물이라는 것 정도를 안다는 것은 트위터에서 다져진 지식의 축적이며 관심분야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사뭇 자체 기특하기도 한 일이었다.

아무튼 녀석은 desperate 한 것인지 철이 없는 것인지 고양이를 다루는 법을 전혀 알지 못해서 어디를 만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나에게까지 제법 친근하게 굴었으므로 얄팍한 정이 가는 것이었고, 나는 다음 행선지 전에 주변…

2016년 생일 맞이 책 결산

여전히, ‘죽기전 반드시 읽어야 할 1001권 리스트’ (Peter Boxall’s 1001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Die. http://www.listology.com/ukaunz/list/1001-books-you-must-read-you-die) 를 참조하고는 있으나, 이번 분기에는 단편을 조금 챙겨 읽기로 한 것도 있고, 이런저런 다른 경로로 알게된 책들을 읽게 된 것이 많아 리스트에 많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이렇게 보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누구에게 보여주기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아서 혼자 시작한 일이니 이러나 저러나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되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하나씩 리스트에서 지워가는 맛은 덧없고 답없는 인생, 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일이기도 하고 해서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지워낼 수 있으면 좋갰다는 소망은 있다.  책을 골라 읽기로 결정을 할 때는 아무래도, 프로젝트를 시작한 처음의 이유처럼, 간단하게 말해, 얼마 안 남은 시간동안 그래도 최대한의 좋은 책들을 읽고 죽겠다 이거기 때문에, 절대로 서두르거나 (내 나이를 생각하면)남는 시간(따위는 없다)에 집어든 책은 없는데도 이렇게 일년이 지나고 결산을 하면서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한 번 시작한 책은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아니다 싶은데도 다 읽어 시간낭비같았던 책도 있고, 한국에 오기로 한 바람에 여러가지로 시간묶음이 옳지 않아 결국 후일을 위해 포기한 책도 있고, 그런 바람에 거꾸로 더 시간을 두고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허둥지둥 읽어버린 것도 있다. 그런 책은 다시 읽어 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될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거듭 다시 말하지만, 절대 시간은 부족하고, 아무리 요즘은 좋은작가나 책이 없다고 다들 습관적으로 말할 지라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찾으면 도서관과 서점에는 좋은 책들만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장소에 가면 매우 드물게 이성을 …

내가 모르는 것들

오늘은 Art Nine으로 출근.
밍밍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더운데도 도시를 내려다 보려 바깥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참 많구나. 사람들 참 많이 사는구나, 이 도시, 이 나라.
혹여 내 쓰기의 원동력이 되어줄까 싶어서 괜한 일을 떠맡았던 급한 번역을 마감하고도, 세상구경한다고 이리저리 다니느라 계획했던것보다 도서관 출근도 드물게 되었지만, 혼자 시간이 더 익숙한 나로써는 그동안 너무 말도 많았던 것 같아서 오랜만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나 혼자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혼자 있을 시간도 가지고 싶어 집을 나선 날이다. 
언제나 랩탑을 켜면, 일단 들으며 일할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 듣다가, 구글닥에 들어 있는 글을 조금 고치다가, 트윗을 쳌하고, 다시 책을 한 페이지 읽다가, 내 블로그에 들러 이전 포스트를 몇개 읽어보다가는 결국 쓰기 창을 연다. 물론 쓸 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실 따로 쓸 말이 있는건지도 나는 모른다.

열긴 열었지만 이 창이 어디로 열려있는지 나는 모른다. 이 창을 열면 그대가 보일지, 보인다면 그대는 등을 돌린 모습일지, 옆모습일지, 그대 얼굴을 볼 수 있을지, 그대의 얼굴이 보인다면 그대의 얼굴은 어떤 표정일지 나는 모른다.

이번에 조금 오래 머무르게 될 줄을 안 이후로 머무르는 동안 무엇을 할지 오랜동안 하나씩 해온 메모들이 있었다. 17년 동안 고작 네번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방학이란게 있어서 그래도 다른 '교포'들의 휴가보다는 나은 평균 한달정도씩 방문을 해왔지만, 늘 시간에 쫓겨 못 해보고 못 가 본 곳은 많이 있게 마련이다. 아직도 있는지 모르는, 있으면 얼마나 변했는지 다시 가 보고 싶은 장소도, 오기 전 예습으로 인터넷으로 열심히 알아둔 새로 한 번 가보고 싶은 장소도 많고, 먹고 싶은 음식들과 직접 들어보고 싶은 가수/밴드도 많았다. 하지만, 늘 한적하고 내 시간이 자유로와 좋은 내 집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많은 것을 새로 보면 평생 미루어 온 것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써볼 수…

번역은 섬세한 예술이다 - 레이철 쿡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6/jul/24/subtle-art-of-translating-foreign-fiction-ferrante-knausgaard 번역은 섬세한 예술이다 (가디언지 기사 번역) 레이철 쿡 지난해 나는, 틴에이저때 처음 읽었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프랑스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새 책으로 한 권 사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린 애쉬의 불영번역책 도입부에 나오는,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이 이상야릇한 울적함에다가 진지하고 아름다운 느낌의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가 싫다” 라는 책의 첫 문장은 지금까지 내 가슴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책을 골라야 할까? 종국에 나는 완전히 새롭고 호화로운 쪽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이것이 바로 내가 헤더 로이드의 펭귄 모던 클래식 버전을 사게 된 사연이다. 며칠 후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기 시작한 나의 충격은 엄청나고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달콤하고 노곤하게 나에게 들러붙어있는 이 낯설고 새로운 나의 감정은, 정제되고 엄숙한 ‘슬픔’이라는 이름을 달아 위엄을 실어주기가 꺼려지는 그런 것이었다.” 로 시작되는 첫문장은 조금 로보트가 쓰기라도 한 것처럼 들렸다. 무슨 성스러운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가지의 번역에만 집착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아주 솜씨좋고 더 정확할 것이 분명한 새로운 번역에 곧 빠져들어버릴 것이라고 스스로 되새기며 나는 한동안 계속 읽어나갔다. 그러나 곧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새 번역이 구문론적으로 정확한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문장의 마법적인 힘은 더이상 거기 없었다. 마치 실크 파티드레스를 사러나가서는 나일론 작업복을 사가지고 들어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탈리아 작가 엘리나 페란테 전문의 저명한 번역가 앤 골드스타인에게 지난 주 전화로 내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현재 뉴욕에 있는 그는 웃으면서 “무슨 말인지 알아요.” 라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 프루스트는 스캇 몬크리프(프루스트의 A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