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21, 201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런말 써도 되나 싶지만... 나의 고질적 문학적 완고함을 벗어나 쓰고 싶다, 이말.
이 시, 진짜 죽인다...

Tuesday, November 18, 2014

겨울 이야기

마치 내 인생에 좋은 일들은 모두 겨울에 일어난 것처럼,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행복한 향수에 젖곤 한다. 겨울에 가족이 모이는 무슨 명절이 그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생각해보면 좋은 기억을 만들만한 날들로 말하자면 추석도 있고 어린이날도 있지 않은가?)

실상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고, 아무것과도 연결되지 않은 기분좋은 조각의 기억들은 대부분 겨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부엌 뒷문으로 다 먹은 우유병을 내놓으러 맨발로 한발만 내딛으면 닿던 시멘트의 차가운 촉감부터, 스케이트장으로 가는 길에 이마와 코에 시리던 바람들, 스케이트 갈아 신는 비닐 하우스 안 눅눅한 지푸라기 냄새, 찬 하늘, 눈사람을 만들고 눈코입을 붙이려고 꾹꾹 누르노라면 장갑안으로 녹아들던 눈녹은 물들, 그리고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들낙거리던 명지대앞 분식점이며, 몹시 춥던 겨울밤 국립극장에 친구와 오페라를 보러 올라가던 기억들...
여름에 나를 깨우던 긴 해 대신, 겨울에는 이불 밖 콧잔등 아침냄새가 머리 한구석 이런 기억들을 깨워, 아직 어두운 아침에 가운을 걸치며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그러나 역시 기억의 백미는 크리스마스때쯤 온 가족이 나서던, 아직 그 서점들이 생기기 전인지 모르지만,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이 아닌 백화점 도서점 샤핑이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선물사는 사람들로 더러 붐비기도 하겠지만, 그 당시는 겨울이면 사람들이 갈 곳이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 크리스마스때는 백화점에 정말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 꽉꽉 차서 오르락 내리락 했고, 그런 백화점에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고르러간다는 것은 어린 마음에도 참으로 나름 럭셔리한일이었던 것 같다. 우리 넷은 늘 언제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엄마를 잃어버리면 정문으로 모이라는 간단하고도 가멸찬 미션을 안고 모험에 나서곤 했다.

막내아들에게만 선물을 안겨주고 나머지는 종합선물세트로 때우는 일개 산타할아버지(!)에 비해, 일년에 한번,  백화점 책방에 가서 각자 책을 고르면 무조건(well, just about... because I was a considerate child) 사주시는 우리 엄마아빠는 생각해 보면 참으로 용감했던 것 같다. 산타라는 환상을 굳이 깨지 않으면서도, 인기관리는 제대로 하신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왜 많은 부모들이 애써 벌어들인 가용한 리소스를 사용하여 산타라는 듣보잡 인물에게 크레딧을 기꺼이 빼앗기는지는 다시 생각해볼만 한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꼭대기층에 도착하면 나던 책냄새(도서관의 책냄새와 책방의 책 냄새는 대략 내가 쓰는 불가리의 불가리향수와 디오르의 자도르 향수만큼의 차이가 있다. 표현할 수 없이 다르지만 둘다 내가 매우 좋아한다는 것 ㅎ)와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목도리와 코트에서 나는 젖은 모직 냄새들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나를 설레게 한다.

아무래도 그런 기억들이, 모든 책은 도서관에서 해결하고 있는 요즘의 나를, 이 겨울에 살 것도 없는 반스앤 노블스를 자꾸 가고 싶게 하는것 같다.
가운데 커다란 모조 통나무 난로 주변 소파에는 시간을 잊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한켠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냄새가 나는 반스앤 노블스도 그 나름의 풍미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더 훌륭한 환경을 만들어 놓는데도, 아마도 그 옛날의 그 백화점 서점같은 느낌은 나에게 주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혹여라도 어린아이 손을 잡고 책방을 들르는 젊은 엄마들에게서 우리 엄마의 희망과 본인 나름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장 사이에 숨어서 괜히 눈물 바람이나 할지 모르니 휴지는 꼭 챙겨야 할 것 같다.

***

오늘의 비디오는, 추억을 생각할때는 실상 우리 괜스레 더 오래된 노래를 들어야 할 것같은 강박관념에서 Peggy Lee 의 It's been a long long a time.

그리고 아직도 11월이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철이면 더 맛이나는 Coleman Hawkins의 Smoke Get's In Your Eyes


700여권 남았으면 아무래도 도스토엡스키를 한권 끼워줘야 할 것같아 골라온 또 멀미나게 두꺼운 책을 시작하기 전, 요즘은 가벼운 책 몇권으로 권수를 뽑고 있는 중인데, 분위기 봐서는 11월 중에 이 표도르 형의 책을 시작하게 될 듯하고 그러면 또 두문불출할 것 같아 이렇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포스트를 하나 올린다.
설마 핀촌 같지는 않겠지, 그래도. 아아, 겐지 이야기에 이어 핀촌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ㅠㅠㅠㅠ

Sunday, November 9, 2014

일단 턴테이블 안사고 버티려고 유툽에서 찾아 모은 기분좋은 바이닐 곡 몇개ㅎ

지금부터 괜히 시작했다가는 가산탕진할 것 같아서 ㅎ

1. Full Album/LP! Bossa Nova - New Brazilian Jazz - Lalo Schifrin - 1962 Audio Fidelity



2. The Nearness of You - The Les Elgart Orch - 1960 - The Band With That Sound


3. Les Elgart The Gang That Sang Heart of My Heart




4. VINCE GUARALDI - The Great Pumpkin Waltz - LP




5.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Rare Alternate Version)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 모음

1. Donizetti,   L'elisir d'amore - Una Furtiva Lagrima,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나오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  
루치아노 파바로티, 
* 관련없는 토막상식으로는,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도니제티가 이 '사랑의 묘약' 전곡을 일주일 안에 썼다고 하지요.
2. Puccini, Tosca Act III - E Lucevan le Stelle
푸치니 토스카의 3막에 나오는 '별은 빛나건만
역시 파바로티, 

3.Puccini, Turandot (Act III) - Nessun dorma 
푸치니 투란도트 삼막에서 '공주는 잠 못이루고;
파바로티, (이 오빠가 젤 유튭에 오페라 장면이 많네. 젤 잘생겼나? ㅋ)


4. Verdi, La Traviata- .Sempre Libera- by María Callas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춘희)에서 '꽃에서 꽃으로
이 노래는 영화 '가면속의 오페라'에서도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sung by Angela Gheorghiu, 


5.Giacomo Puccini, Gianni Schicchi - O Mio Babbino Caro -  by Maria Callas 
푸치니의  오페라 'Gianni Schicchi'(희극 오페라로이탤리 어로 대략 '잔니 스끼끼라고 읽는, 단테의 지옥편에 잠시 등장하 인물의 이름이다) 나오는 '사랑하는 나의 버지
안드레이 리우의 컨서트에 출연한 Carmen Monarcha, 


6.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호프만의 뱃노래중에서 
Belle nuit ô nuit d'amour 아름다운 사랑의 밤이여 

7.Puccini  Madame Butterfly 중에서 Un Bel Di Vedermo(어느 화창한 개인날)
sung by Huang Ying, 



8.Vincenzo Bellini 오페라 Norma 중에서 Casta Diva (정결의 여신)  
by Joan Sutherland

9.드보르작 아저씨 Rusalka. 중에서 O Mesiku(song to the moon) 달에게 바치는 노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Rusalka역의 Rene Fleming이 불렀다.


10.Puccini  Tosca 중에서 Vissi D'arte (예술에 살았다)로 알려져 있지만, 가사 다음줄이 Vissi D'amore(사랑에 살고) 가 붙어있어, 예술에 살고, 사랑으로 살고...로 이어진다.
링크는 리사 델라 카사

11. 모짜르트 Le Nozze Di Figaro '피가로의 결혼'  에서 Voi Che Sapete Che Cosa Amor(사랑이 뭔지 아시는 분들이여
동영상은Agnes Baltsa
*또 하나의 토막상식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스토리 원작가는 Beaumarchais라는 사람으로 미국에 총기등을 밀매하는 사람이었는데 외상값을 60년 후에나 후손들이 받았단다. 

12.Sumi jo_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1992)
조수미를 빼놓기가 그래서 윗의 곡들만큼은 듣기 편하지 않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았다면 기억에 남을 유명한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복수아리아를 하나  붙인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에 줄리아로버츠가 파스타를 먹을때 나오는 음원이 바로 조수미가 부른것이라고 하지요 

13.Christoph Willibald Gluck 의 오페라 Orfeo ed Euridice (오르페우스) 중에서 
J'ai perdu mon Eurydice(나는 에우리디체를 잃었네) by Maria Callas 


14.Mozart , The Marriage of Figaro: Sull'aria, Che soave zefiretto 바람에게... 얼마나 달콤한 미풍인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편지의 이중창'
영화 '쇼생크 리뎀션'에서 주인공 앤디가 독방감금을 릅쓰고 형무소내 스피커를 통해 틀어주어내용도 알지 못하는 죄수들에게도 자유의 향기를 맛보게 해주던 아리아 유명하다.




Saturday, September 27, 2014

안도 히로시게의 마리꼬


   


 葛飾 北斎 가쓰시쿠 호쿠사이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판화작가 安藤廣重 의 東海道五十三次 토카이도 53경중 21번째인 정경 鞠子 마리꼬란 작품이다. 실제로 있는 찻집을 그린것으로 현재 보존되어 있는 모습은 http://kimcafe.exblog.jp/13324207 에서 찾아 볼 수 있다.


53개 그림중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몇장 되지만, 그중 내가 이 그림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 특이하다. 화집을 넘겨가다가 이 그림을 보자마자, 정말 탁 보자마자,
'사람들이 저승길에 망각의 강을 건너가기전에, 배를 기다리면서 마지막으로 들러가는 주막집'
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자, 어디선가 강물이 강둑에 부딛는 찰박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비릿한 물때 냄새도 나는 것 같았고, 언젠가 저 아기 업은 주모가 나무 마루를 탁탁 치며 어여 들어와 앉으라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준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실제는 찻집이기도 하고, 정확히 왜 그런 다소(!) 황당한 생각이 났는지, 어려서 무서운 것을 싫어해서 즐기지도 않던 전설의 고향에서 그런 장면을 혹 본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생각을 했을때의 기분은 그닥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무슨 목적에서였든).

 
이 부악 36경중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파도'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보듯이, 호쿠사이의 그림은 더 선이 굵고 색감이 시원시원한 편인데 반해, 히로시게의 그림은 그림마다 숨은 이야기가 한 권씩이라서 나에게는 더 정이가는 편이다.

마리꼬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약간 기울어진 조그만 평상과, 찻집 안에 말리고 있는 생선이며, 오른쪽에 있는 노랑 고양이등이 아기자기 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에 저승길이라는 것이 있다면(나의 뇌는 없을 확률이 크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리고 그래도 그쪽도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들러 정갈한 안주와 함께 차가운 청주 한잔을, 혹은 금방 만든 쫄깃한 떡과 함께 따뜻한 차를 한 잔 하는 것도 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으로는 참 좋으리란 생각이 들게 하는 곳, 그 곳의 그림이다.

여기서 53점의 그림을 모두 구경해볼수가 있는데, 나는 46번의 비오는 장면과 16번 겨울 장면이(왜일까?ㅎ) 특히 마음에 든다.
http://zh.wikipedia.org/wiki/%E6%9D%B1%E6%B5%B7%E9%81%93%E4%BA%94%E5%8D%81%E4%B8%89%E6%AC%A1_(%E6%B5%AE%E4%B8%96%E7%B9%AA)

Saturday, September 20, 2014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다


도시와, 많은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살았다. 제법 오래. 
그래서 처음에는 물론 나름 어려웠던 것도 있었겠지만, 적응이 되고 나니 편하고 좋은 것도 많았다. 그러는 사이에 아무래도 소위 '처세술' 에서 배우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나름 정신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보다 생각할 여유도 많아서, 마음 잠잠히 나의 equilibrium을 찾고, 나 자신의 역사와 화해할 시간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작년말부터 이런저런 계기로, 그간 다소 담을 쌓고 살던 도시를 돌아다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있었고, 원래도 모르는 것도 있었겠지만, 새로이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번 만나고 절대로 다시는 만나지 않는 직선들처럼, 내가 떠나온 후로 나도 변한 만큼 그들도 바뀌어갔을 것이고, 
나란히 가지만 한번도 만나지 않는 평행선처럼, 같은 방향으로도 흘러간 절대 시간만큼의 각자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해서, 올해로 이제 내 삶의 1/3을 넘어서는 시간동안 익숙해진 사고방식으로 도시의 삶을 바라보니, 뭔가 내가 바쁘게 움직여가는 도시의 속도에 못 미친다는 것도 물론 많이 느꼈지만, 전반적으로는 너무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도 그렇게 각박하지 않게, 조금은 '달리' 더 나은 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막연한 쌍방간의 괴리감도 자주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면서 신기하고 흥미로울 수 있었던만큼도 여유를 가지기 힘들고, 도시 한가운데서 그저 생경하고 뜨악하기 쉬웠던 것같다. 마치 고향집에 도착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 
로빈 윌리암스가 생전에, '나는 최악의 순간이 외롭게 남겨지는 것인줄 알았으나, 사실은 나를 몰라주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남는것이 최악의 것이었다' 고 말했듯이, 내가 떠나온 이유는 외롭기 싫어서인 것이 맞지만, 그렇게 쌓아온 나의 삶이 나에게 차츰 어울리고 만족스러운 것이 되어갈수록, 꼭 같은 각도로 내가 떠나온 도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더 떨어진 것 같았다. 조촐하나마 평생을 남들과 다르게 살려고 노력을 했더니 결과적으로 이제는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도시에서의 39일이 지나고 나자 한 두어달은 칩거를 해야할것 같았다. 그래야, 바쁘고 정신없고 공기반 공해반의 도시를 씻어낼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고 싶었다. 어차피 도시에서 뿌리내리고 살 것도 아니니, 비맞고 돌아온 듯 입은 옷가지를 다 나무껍질처럼 떨어내고 얼른 샤워실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도 있었다. 소음을 뒤로하고 묵직한 문을 등 뒤로 닫아버려야 할 것 같았다.

처음 몇 주는 갑작스런 소음속에서 한걸음 벗어난듯 먹먹하니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서서히 도시는 껍질처럼 벗는것이 아니라 내게서 베옷에서 흙물 녹듯이 녹아나갔고, 그리고 내게 아직도 그 흔적을, 황토물 들은 옷처럼 남겨놓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아무리 시골에 오래 살아도, 그 사고 방식이 평생 도시사람이라 연구결과를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떠나있어도 아마도 도시는 나의 일부인가보다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렇게 도시를 벗어나서, 얼룩은 완전히 안 빠지지만 깨끗하게 빨은 무명옷을 입은 마음으로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조촐한 최고의 장점이 나의 단점을 잘 아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내가 모르는 것이 많은 줄도 알고 있었지만, 나와 그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사는 방식이나 장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함부로 말해서 나에게 상처를 주기 쉬웠던 사람들은 적어도 내가 달리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 이런저런 생존법을 새로 배웠다고 하니, 허허 웃으면서 그런걸 니가 왜 배우냐고 짐짓 야단을 치던 친구가 생각이 나곤 한다. 여기 사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나에게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냐고. 몰라도 살수 있는 때를 뭐하러 묻히느냐며 웃는 그는, 나를 조금 당황스럽고,  뭔가 부끄러운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각자에게 소용없는 것을 알려고 드는 것 자체가 더 순진하다는 것처럼...
그래서 도리어, 누가 옳고 틀리고를 넘어서, 나는 이렇게 살고, 다른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새로 깨달은 기분이다. 
물론 '전혀' 모른것은 아니지만, 언제나처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나는 또 그렇게 자주 잊고 사는것 같다.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이런 당연한 것을 몰랐다는 느낌에서 조금은 당황하면서, 그러나 그대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또 다시 조금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46세 생일이다. 




*순수와 순진의 차이는 흔히 알고들 있겠지만, naive라는 단어를 처음 미국에 와서 배우면서 '순진'의 그 네가티브한 의미를 더 잘 깨달았던거 같다. 흔히 '순진하긴...'라고 말할때는 조금 비웃는 느낌이 들어있을런지 몰라도, 순진 자체에 나쁜 뜻이 들어있다기보다는, 순진이 조금 심하면 무식이 되는 식으로, '정도' 면의 차이인 것이라서, 순진이 대상에 따라 아직 절대적으로는 문제가 없거나 적은 상태의 단어라면, naive란 말에는 그 자체에 네가티브의 뜻이 이미 묻어있다.
어떤말이든 문맥상 얼마든지 다른 뜻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context에서 굳이 번역을 하자면 '물정모르는'는 이란 뜻으로, naive라는 단어는 '뭘 모르는'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2014 생일 맞이 책 결산

신부님이 최근에 미사중에, 우리에게 하느님이 소원을 하나 들어주신다면 무엇을 말하겠느냐고 물어오셨다. (참고로 이것은 종교적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사건의 배경이 아주 우연히 성당일뿐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렇듯이 처음에는 주저 주저 했지만 곧 자신을 가지고 이런저런 자신들의 조촐하지만 떳떳한 소망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안타깝게도, 늘 현실은 그렇듯이 이 질문에는 정답이 있었지만(솔로몬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가 아니라 '지혜'를 구했다는 성경이야기가 배경이고, 물론 또한 그 정답에도 언제나 허는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
오늘의 이야기는, 그 중의 타주에서 온 관광객 노부부중의 할머니가 한 말이,
"more time"
이었다는 점이다. 신부님은 그것을 매일매일의 주어진 시간으로 들었고, 24 hours' not enough? 하고 웃었지만, 물론 그녀가 바란 것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물론 more life를 뜻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후회도 많고, 그만큼 안타까운것이 많고,
나도 그때(wherever that is)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름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래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뭔가 더 잘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피할 수 없는 회한을 더러 품고 살아가다보니,
아무리 최선을 다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고 해도, 늘 끝에 다가갈수록 조금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처음 남은 책이 1000권도 안된다는 것을 알기 전, 그전에 그 사실을 멈추고 생각했더라면 나의 시간들은 어떻게 채워졌을까. 책을 더 열심히 읽었을까, 읽는 책들이 달라졌을까.
마찬가지로,
삶의 훗날들에 알게되는 사람들을 미리 알았으면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

자, 이제 나도 찬란한 46세!(나이를 먹을때마다 점점 '요절'이라는 컨셉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에 기뻐서 저절로 으핫핫핫 웃음이 나온다)
처음 계산과 달리, 이년전 울딸 입시와 작년 나의 발병으로 삼년간 다소 부진했던 기록을 극복하고, 남았던 772권에서 올해 한국가기전 선방해서 총 40권을 읽은바 732권 남았다.
자, 자 여러말 말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세상은 넓고 좋은 책은 많고, 그러나 나의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내년에는 남은챗 600권대를 진입하기 바래본다. 그리고 또 한 해 열심히 살았다고 말 할수 있기를. 그리고 그대로 다시 남은 시간동안을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기를...

1. Jacob The Liar     -Jurek Becker

2. On the Black Hill    -Bruce Chatwin

3. This Boy"s Life     -Tobias Wolff

4. The Tale of Genji     -Murasaki Shikibu

5. A ghost at Noon    -Alberto Moravia

6. The Bluest Eyes     _Tony Morrison

7. If Only Winter's Night A Traveler    -Italo Calvini

8. Waterland  -Graham Swift

9. The Professor's House   -Willa Cather

10. Cat and Mouse   -Gunter Grass

11. Madame Bovary   -Gustave Flaubert

12. The River Between    -Lawrence Clark Powell

13. The Awakening   -Kate Chopin

14. Kiss Of The Spider Woman    -Manuel Puig

15. The Tell Tale Brain   -V.S. Ramachandran

16. A Thousan Spledid Sun   -Khaled Hosseini

17. Write to Kill   -Daniel Pennac

18. Leaving The World    -Douglas Kennedy

19. Maurice    -E.M. Forster

20. Alice Munro -Selected stories  Alfred A knopf Inc.

21.Far From The Madding Crowd     -Thomas Mann

22. Invisible Man    -Ralph Ellison

23. Gulp    -Mary Roach      n/f

24. The Remain Of The Day     -Kazuo Ishiguro

25.Incognito- the Secret life of your brain         -David Eagleman        n/f

26.Oliver Kitteridge        -Elizabeth Strout

27.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Oliver Sacks      n/f

28. Posssing The Secret Of Joy      -Alice Walker

29.Snow Flower and The secret      -LIsa See

30. Amy And Isabelle      -Elizabeth Strout

31. 당신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32. The Big Sleep  -Raymond Chandler

33. The Jungle    -Upton Sinclair

34. So Long A Letter    -Mariana Ba

35.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Andrew

36. Sister Carrie. - Theodore Dreiser

37. Under The Net  -Iris Murdoch

38. Hard-Boiled Wonderland and End of the World  -Haruki Murakami

39. Three Faces Of Love   - Emile Zola

40.  The Wind Through The Keyhole   -Stephen King